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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건 인제신문 주필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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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먼저 자작나무숲이나 내린천, 설악산의 깊은 산세를 생각한다. 그러나 인제에는 자연만큼이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박인환이다. 그의 이름은 지금도 「목마와 숙녀」라는 한 편의 시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목마와 숙녀」는 젊은 날의 허무와 고독, 그리고 지나가 버린 사랑과 시대에 대한 쓸쓸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를 읽고 있노라면 어딘가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바람 속에는 청춘의 방황도 있고, 삶의 덧없음도 있으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담겨 있다.
어쩌면 인제는 이 시가 품고 있는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높은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계곡의 물소리는 늘 어디론가 흘러가며, 긴 겨울과 깊은 밤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인제는 「목마와 숙녀」의 배경이 된 적은 없지만, 그 시의 정서가 오래 머물러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인제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던 도시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알고 있지만 선뜻 떠올릴 수 있는 상징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인제는 아름다운 자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최근 인제군이 조성하고 있는 박인환 공원은 매우 뜻깊은 사업이다. 이는 단순히 한 시인을 기념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제가 가진 문화적 뿌리를 되찾고,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박인환 공원이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시인을 기억하기 위해 인제를 찾게 될 것이고, 인제는 자연의 고장일 뿐 아니라 문학의 고장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있다. 바로 '목마'를 인제의 상징물로 적극 활용하는 일이다. 오늘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은 관광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어떤 지역은 꽃을 상징으로 삼고, 어떤 지역은 동물이나 역사적 인물을 상징으로 내세운다. 인제 역시 박인환의 대표작에서 비롯된 목마를 지역의 상징으로 발전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목마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그것은 꿈과 동경, 방랑과 자유, 그리고 인간 내면의 그리움을 상징한다. 박인환의 시 속 목마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적 이미지가 되었다. 이러한 상징성을 지역 브랜드와 연결한다면 인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제읍은 물론이고 각 면 소재지에 개성 있는 목마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목마라 하더라도 지역의 특색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어떤 목마는 산을 향해 달리고 있고, 어떤 목마는 내린천을 바라보며 서 있으며, 또 어떤 목마는 시인의 시구와 함께 세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목마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인제를 하나로 연결하는 문화적 상징이 될 것이다.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목마를 찾아 사진을 찍고, 박인환의 시를 읽으며, 인제라는 도시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박인환이라는 이름 자체가 충분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목마와 숙녀」는 세대를 넘어 읽히는 한국 현대시의 명작이며, 박인환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시인이다. 따라서 목마를 인제의 상징으로 정착시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인제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허무와 쓸쓸함의 정서를 넘어 새로운 모습으로 걸어나오려 하고 있다. 박인환 공원의 조성과 함께 목마라는 상징이 더욱 널리 활용된다면, 인제는 자연과 문학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은 인제를 떠올릴 때 아름다운 산과 강만이 아니라, 청춘의 꿈과 낭만을 품고 달리는 한 마리 목마를 함께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