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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획특집

제1편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인제신문 기자 입력 2026.07.07 10:26 수정 2026.08.19 11:56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교훈…‘머무는 관광’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해외 현장 취재를 통해 국내외 철도관광도시의 성공 사례와 비교 분석을 통해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성낙규 기자>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백담역·한계산성, 설악권 관광의 새 축이 되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 최고의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은 인제군을 수도권에서 더욱 가까운 도시로 만들었다. 하지만 접근성 향상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관광객은 인제를 목적지가 아닌 지나가는 도시로 인식했고 44번 국도변 상권은 예상하지 못한 침체를 겪었다. 인제는 지난 9년 동안 ‘길이 생긴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제 인제군은 2029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라는 또 한 번의 교통혁명을 앞두고 있다. 철도는 분명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만으로는 관광객을 머물게 할 수 없다. 결국 KTX 시대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며 지역에서 소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기획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교훈
2017년 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인제는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시가 됐다. 당시 지역사회는 접근성 향상이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고속도로는 관광객을 빠르게 동해안으로 실어 날랐지만 인제에 머무는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인제는 목적지가 아닌 ‘지나가는 도시’가 됐고, 그 영향은 국도 44호선을 따라 형성됐던 상권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자료에 따르면 연간 통행량은 2016년 563만 대에서 고속도로 개통 첫해인 2017년 418만 대로 25.7% 감소했다. 2018년에는 215만 대까지 급감한 뒤 현재까지도 개통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438만 대를 넘어섰다.

현장을 둘러본 국도변에는 영업을 중단한 음식점과 민박, 캠핑장, 카페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건물에는 ‘매점’, ‘민박’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영업은 멈춘 지 오래였고 일부는 매물로 나와 있었다. 대형 음식점 주차장은 텅 비었고 창문에는 'Closed'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인제군도 국도 44호선과 46호선 감응신호시스템 구축, 미시령 힐링가도 조성 등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관광객의 이동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길은 사람을 데려오지만 머물게 하지는 못한다. 숙박과 식사, 체험, 쇼핑 등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관광 생태계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교통망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 미시령관통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 연도별 차량 이용량 비교
ⓒ 인제신문

↑↑ 44번국도변에 폐업한 영업점이 속출했다.
ⓒ 인제신문


◆사람은 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교훈은 한국관광공사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인제군은 관광객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 문제는 관광객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분석 결과 인제군은 관광객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라 체류시간과 관광소비를 늘려야 하는 관광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은 꾸준히 찾고 있지만 장기 체류와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제군의 숙박 방문자 비율은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13%대를 기록했고 최근에도 10.8%를 유지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인제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일정 부분 숙박 수요를 확보한 관광지라는 의미다.

하지만 숙박 형태는 대부분 단기 체류에 머물렀다. 숙박 관광객의 약 65%는 1박 일정이었고, 2박은 약 22%에 그쳤다. 평균 숙박일수는 2.6일 안팎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실제 관광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2022년 1,347분에서 2025년 1,052분으로 약 22% 감소했다.

관광객은 오고 있지만 머무는 시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관광객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숙박 목적지 검색 건수는 최근 9만6천여 건까지 늘었고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에서도 음식점과 숙박시설 검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제를 찾으려는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체류와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아직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문객 유입도 수도권 중심으로 나타났다. 경기권이 32.1%로 가장 많았고 강원권 24.6%, 서울권 24.0% 순이었다. 이동거리 역시 70~190㎞ 구간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해 수도권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근거리 관광 수요가 인제 관광의 핵심시장으로 분석됐다.

연령별 방문객 구성도 특징적이다. 남성은 20대 비중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5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 20대의 높은 비율은 지역 군부대와 관련한 방문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성 50대는 자연휴양과 가족 중심 관광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광소비 구조도 체류형 관광의 과제를 보여준다. 전체 관광소비의 99.6%는 외지인에 의해 발생했지만 소비는 운송과 쇼핑, 식음료 업종에 집중됐다. 반면 숙박 소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관광객이 장기간 머물며 소비하는 구조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인제 관광의 과제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찾아오는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한 번 더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KTX 시대 인제 관광의 경쟁력은 철도 접근성이 아니라 체류시간과 관광소비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인제군 방문자수와 방문자 성·연령분포(자료=한국관광공사)
ⓒ 인제신문

↑↑ 인제군 방문자수와 방문자 성·연령분포(자료=한국관광공사)
ⓒ 인제신문


◆최상기 군수 “이번에는 반드시 머무는 관광”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이 남긴 교훈은 인제군의 관광정책 방향도 바꿔 놓았다. 최상기 군수는 “교통망이 좋아진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9년간 절실히 경험했다”며 “KTX 시대에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머물며 소비하는 관광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인제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역이 생긴다고 관광객이 자동으로 머물지는 않는다”며 “숙박과 체험, 관광 콘텐츠가 함께 갖춰져야 철도 접근성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숙박 인프라 확충과 체험형 관광콘텐츠 개발, 민간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원통역은 생활과 상업 기능을 갖춘 콤팩트시티의 중심으로, 백담역은 백담사와 용대지방정원, 설악권 관광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의 관문으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최상기 군수는 “인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천혜의 자연환경이다”며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한 번 더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 자연이 군민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 최상기 군수가 KTX 시대 체류형 관광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인제신문


◆권역별 관광개발…‘지나가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
최상기 군수가 제시한 체류형 관광 전략은 권역별 관광개발 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인제군은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에 맞춰 ‘1천만 관광 인제’를 목표로 지역 특성을 살린 권역별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남면은 소양호와 빙어호를 중심으로 한 사계절 호수관광 거점으로, 인제읍은 스마트워케이션과 내린천 레포츠를 연계한 체험형 관광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용대·백담권은 백담사와 용대지방정원, 설악산을 연결하는 치유·힐링 관광의 중심축으로 조성하고, 한계권은 한계산성과 대몽항전 역사공원을 활용한 역사문화 관광권으로 개발한다. 진동·방동권은 생태캠핑 관광지, 상남권은 백두대간 자연학교와 힐링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림치유 관광지로 특화해 권역별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관광지를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 관광자원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해 관광객이 하루 이상 머물며 숙박과 체험,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체류형 관광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 인제군 권역별 관광개발도
ⓒ 인제신문


◆KTX 성공의 열쇠는 '숙박'
권역별 관광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류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인제군은 인제스피디움 체류형 관광거점 조성, 빙어호 캠핑장, 703특공연대 부지 관광단지, 한계권 글램핑장, 방동분교 숙박시설, 백두대간 힐링센터 등 모두 7개 숙박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철도역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시티투어와 환승교통체계를 구축해 자가용 없이도 인제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관광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숙박과 교통, 관광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철도 접근성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역’이 아니라 ‘콘텐츠’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KTX 역시 철도가 놓인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광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를 이끌어내느냐가 KTX 시대 인제 관광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편에서는 동서고속화철도의 핵심 거점인 원통역과 백담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관광여건과 한계산성 개발사업, 설악권 관광벨트 구축 가능성을 집중 분석한다. KTX는 인제 관광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역세권 현장에서 찾아본다. 성낙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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