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싣는 순서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 최고의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해외 현장 취재를 통해 국내외 철도관광도시의 성공 사례와 비교 분석을 거쳐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성낙규 기자>
생활·경제 거점 원통역, 설악권 관광 관문 백담역
한계산성까지 연결해 ‘머무는 인제’ 만들어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으로 인제군에는 원통역과 백담역 등 두 개의 철도역이 들어선다. 원통역은 생활과 상업, 정주 기능을 결합한 인제 북부권의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백담역은 백담사와 설악산을 잇는 관광 관문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두 역 사이에서는 대몽항전의 역사를 품은 한계산성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철도는 인제 관광의 공간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역이 들어서고 관광지가 개발된다고 관광객이 저절로 머무는 것은 아니다. 원통역과 기존 상권, 백담역과 용대리·백담사·용대지방정원, 한계산성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연결해 숙박과 음식, 체험과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획취재 2편에서는 원통역·백담역 건설 현황과 개발계획, 한계산성 관광자원화 사업을 중심으로 두 개의 KTX역이 인제 관광과 지역경제에 가져올 변화와 주민들이 체감하는 기대와 과제를 짚어본다.
◆동서고속화철도 공사 본격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춘천역에서 속초시 조양동까지 93.7㎞를 단선전철로 연결하는 국책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조9,765억 원이며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 등 6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인제지역 철도공사는 5·6·7공구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5공구 11%, 원통역과 백담역 구간이 포함된 6공구 4.4%, 백담~속초 구간인 7공구 36.3%다.
원통역과 백담역의 건축분야 실시설계는 2027년 1월 예정돼 있으며 착공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백담역은 당초 신호장으로 계획됐다가 정거장으로 변경됐으며 총사업비는 328억9,100만 원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백담신호장 사업비를 제외한 강원특별자치도와 인제군의 분담금은 229억9,600만 원에 이른다.
◆인제 원통역=인제 북부권의 생활·경제 중심
인제군은 원통역을 단순한 철도 정차역이 아니라 생활과 상업, 정주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원통역·백담역 역세권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원통역 권역에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22개 사업에 총 6,524억 원이 투입된다. 직접사업 11개에 3,801억 원, 연계사업 11개에 2,723억 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원통역 개발의 핵심은 철도 개통을 계기로 인제읍과 북면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정주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원통역 주변에는 환승시설과 공영주차장, 광장, 진입도로가 조성되고 원통 시가지 도시재생과 경관 개선사업이 추진된다.
지역활력타운 ‘인제부:터’, 원통리 농촌활력촉진지구, 월학지구 청년·은퇴자마을, 공공임대주택 등을 조성해 생활인구와 정주인구를 유입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원통역을 인제 전역 관광의 출발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티투어버스와 트레일관광센터도 계획돼 있다. 아미산 스마트워케이션센터, 자작나무 목재문화체험장, 소양호 사계절 관광지, 진동·방동권 캠핑마을 등 6개 읍·면 관광자원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원통역 개발의 성패는 새로운 역세권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침체된 원통 상권과 인제읍, 6개 읍·면으로 철도 개통 효과를 얼마나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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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통역 조감도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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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역=설악권 체류관광의 새로운 관문
원통역이 생활과 경제, 정주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된다면 백담역은 백담사와 설악산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의 관문으로 조성된다.
인제군은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백담역 권역에 1,696억 원을 투입해 16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직접사업 12개에 1,586억 원, 연계사업 4개에 110억 원이 투입된다.
핵심은 철도와 백담사·설악산, 용대지방정원, 한계산성 등 주변 관광자원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백담역 입구 공영주차장과 백담마을 회전교차로를 조성하고 농어촌도로 103호선과 만해마을~매바위 구간 인도를 정비한다. 대중교통체계도 개선해 철도역과 주요 관광지 간 이동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관광콘텐츠도 확충한다. 195억 원 규모의 용대지방정원을 비롯해 스마트관광도시, 특공연대 유휴부지 관광시설, 백담사 탐방로 환경개선, 설악문학관과 설악커뮤니티타운 등이 계획돼 있다. 청년 농촌보금자리 ‘꽃보다 용대 스테이’, 백담 한옥경관지구, 용대 마을정원과 작가정원 등 관광과 정주 기능을 연계한 사업도 추진된다.
백담역이 설악권 관광의 관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철도역에서 관광지까지의 이동수단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백담역에서 내린 관광객이 백담사와 용대지방정원, 한계산성까지 자가용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망이 마련되지 않으면 철도 접근성 향상을 체류관광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원통역과 백담역이 들어서는 북면의 숙박·음식점업 사업체는 421개로 인제군 전체 1,349개의 31.2%를 차지한다. 북면 전체 사업체 1,377개의 30.6%가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종사자도 721명에 이른다.
북면은 이미 인제군에서 숙박과 음식업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결국 백담역의 과제는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불러들이느냐를 넘어 기존 관광산업과 철도를 연결해 체류시간과 지역소비를 얼마나 늘리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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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담역사 조감도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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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담역 터널공사가 시작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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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산성, 두 역 잇는 역사문화 관광거점으로
원통역과 백담역 사이에 위치한 한계리에서는 대몽항전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한계권역 역사문화관광 자원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인제군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북면 한계리 산1-1번지 일원에 총 113억7천만 원을 투입해 대몽항전 유적공원과 한계산성 탐방센터, 탐방로 등을 조성하고 있다.
13억4천만 원을 들여 옛 옥녀탕 일원 1만2천500㎡ 부지를 매입했으며 한계산성 탐방센터 건립에 76억3천만 원, 기념·조형시설물 조성에 1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계산성을 둘러볼 수 있는 0.8㎞ 탐방로는 14억 원을 들여 2024년 12월 조성을 마쳤다. 2025년 7월 착공한 탐방지원센터 1차분 공사는 현재 공정률 90%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7월 관리청사 2차분 공사를 시작해 오는 10월 탐방로를 개방할 계획이다.
한계산성 개발의 의미는 새로운 관광지 하나가 추가되는 데 있지 않다. 원통역과 백담역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철도 관광객을 인제 북부권으로 분산시키고 자연·산림 중심의 관광에 역사문화 콘텐츠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방센터와 탐방로만으로 관광객을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철도역에서 한계산성까지 이동할 교통수단과 역사해설, 체험 프로그램, 음식과 휴식 공간을 함께 갖워야 하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춰야 실질적인 체류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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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계산성 개발 조감도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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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이 말하는 KTX…“기대만큼 쏠림도 걱정”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기대는 크다. 수도권과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원통역과 백담역 주변으로 관광객과 소비가 집중되면서 철도역에서 떨어진 지역이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제읍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원통역과 백담역 주변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 관광객과 소비가 역세권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철도 개통 효과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지금도 원통은 가까운 듯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한 곳이다”며 “역에서 떨어진 주민들이 철도 이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연계교통망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통시장 상인 C씨는 침체된 기존 상권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는 “평일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주말이나 성수기에만 잠시 방문객이 몰린다”며 “원통시장도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상품이 돼 사람들이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도 개통을 정주인구 증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통 주민 D씨는 “서울에서 원통까지 1시간대 생활권이 되면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실제 거주하는 사람을 늘릴 정책도 필요하다”며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도시가 돼야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계리 주민들은 두 역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오히려 철도 개통 효과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계리에서 관광호텔을 운영하는 조인옥(64)대표는 “한계리는 원통역과 백담역 사이에 있어 오히려 철도 개통 효과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역에서 떨어진 지역에도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체험거리와 관광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담사입구 상인 E씨는 철도역 자체보다 관광객을 머물게 할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이 들어선다고 관광객이 저절로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며 “용대지방정원과 백담사, 설악산을 연결하고 새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류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철도가 오히려 관광객을 더 빨리 들어오게 하고 더 빨리 빠져나가게 하는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기대와 우려는 달랐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 곳을 향했다. 철도 개통 효과를 원통역과 백담역 주변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인제 전역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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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계리에서 관광호텔을 운영하는 조인옥(64) 대표가 KTX 개통에 대한 기대와 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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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10일 원통전통시장을 취재했다. 오후 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시장이 썰렁하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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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역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
원통역과 백담역은 인제 관광과 지역경제의 흐름을 바꿀 새로운 기회다. 원통역은 생활·경제·정주의 거점으로, 백담역은 백담사와 설악산을 잇는 관광 관문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두 역 사이의 한계산성은 자연관광에 역사문화를 더하는 중간 관광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제군이 계획한 원통역과 백담역 권역의 사업은 모두 38개, 총사업비는 8,220억 원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추진하느냐가 아니다. 각각의 사업을 어떻게 연결해 관광객의 이동과 체류, 소비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원통역은 원통시장과 기존 상권, 인제읍과 6개 읍·면으로 연결돼야 한다. 백담역은 용대리와 용대지방정원, 백담사·설악산으로 관광객을 이동시키고 두 역 사이의 한계산성은 철도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새로운 콘텐츠가 돼야 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길이 생긴다고 사람이 저절로 머물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KTX 시대의 성패 역시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도착하느냐보다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경험하며,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꾸는 것은 두 개의 역 자체가 아니다. 철도역과 기존 상권, 관광자원과 지역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묶어내는 ‘연결의 힘’이다.
다음 3편에서는 KTX 시대를 먼저 맞은 평창군을 찾는다. 2017년 경강선 개통 이후 관광객과 상권, 숙박산업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장을 취재하고, 철도가 지역경제에 가져온 변화와 인제가 배워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성낙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