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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획특집

제3편 KTX는 관광객을 데려왔지만 지역을 살리지는 못했다

인제신문 기자 입력 2026.08.03 10:19 수정 2026.08.19 11:54

평창역·진부역에서 찾은 ‘절반의 성공’…인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싣는 순서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 최고의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해외 현장 취재를 통해 국내외 철도관광도시의 성공 사례와 비교 분석을 거쳐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성낙규 기자>

KTX는 관광객을 데려왔지만 지역을 살리지는 못했다
평창역·진부역에서 찾은 ‘절반의 성공’…인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인제군과 평창군은 교통과 관광환경에서 닮은 점이 많다. 두 지역 모두 넓은 행정구역의 대부분이 산림으로 이뤄져 있고 수도권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고속교통망이 지난다. 설악산과 오대산을 비롯한 국립공원과 계곡, 고원, 산림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평창군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12월 강릉선 KTX가 개통되면서 평창역과 진부(오대산)역을 갖게 됐다. 두 역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평창까지 1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고 진부역에서 강릉까지는 20분 안팎이면 이동할 수 있다.
인제군도 2029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원통역과 백담역 등 2개의 KTX 정거장을 갖게 된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1시간대, 인제에서 속초까지는 10여 분이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창이 먼저 경험한 교통환경의 변화가 12년 뒤 인제에서 다시 나타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KTX는 평창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철도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대만큼의 역할을 했을까. 평창역과 진부역을 찾아 관광객과 주민,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2029년 철도시대를 앞둔 인제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살펴봤다.

◆두 역 이용객 5년 만에 94% 증가
한국철도공사 역별 승하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창역과 진부(오대산)역의 연간 승하차 인원은 2020년 34만7,545명에서 2024년 67만4,524명으로 늘었다. 4년간 32만6,979명, 94.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이용객이 꾸준히 회복되면서 KTX가 평창의 주요 접근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평창·진부역 승하차 인원(제공:한국철도공사)
ⓒ 인제신문


이용객은 진부역이 더 많다. 진부역은 오대산국립공원과 월정사, 대관령, 발왕산, 알펜시아리조트, 모나용평, 평창올림픽플라자 등 북부 관광권의 관문이다. 자연과 문화, 레포츠, 올림픽 유산과 대형 숙박시설이 한 권역에 모여 있다.

평창역은 봉평면과 평창읍을 중심으로 한 남부 관광권으로 연결된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 봉평 메밀음식거리, 휘닉스 평창, 육백마지기, 광천선굴, 평창전통시장 등이 주요 관광지다.

진부역이 오대산·대관령·올림픽 관광권의 출발점이라면 평창역은 문학·먹거리·자연·리조트 관광권의 관문이다. 두 역이 서로 다른 관광권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원통역과 백담역 개통을 앞둔 인제군과 닮았다.

다만 승하차 인원을 모두 관광객으로 볼 수는 없다. 주민과 업무 목적 방문객, 통근·통학 이용객도 포함돼 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로 이동 수요가 크게 줄었던 시기다. 따라서 94.1% 증가를 KTX 개통 효과로만 해석하기보다 코로나19 이후 철도 이용이 회복되고 평창의 주요 접근수단으로 정착한 흐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매년 67만여 명이 두 역을 오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철도는 사람을 평창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평창 KTX의 ‘절반의 성공’은 여기서 시작한다.
↑↑ 진부역(오대산)역 앞, 택시가 하차 고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인제신문

↑↑ 평창역에서 하차한 철도이용객들이 밖으로 빠져 나가는 모습
ⓒ 인제신문


◆역은 붐볐지만 주변 상권은 조용
문제는 역 이용객이 늘어난 만큼 주변 지역경제가 살아났느냐는 점이다.
평창역과 진부역을 직접 둘러본 결과 열차가 도착하면 관광객들은 승용차와 택시, 리조트 셔틀버스를 이용해 곧바로 목적지로 이동했다. 역 주변에서 식사하거나 쇼핑하며 머무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진부에서 2016년부터 음식점을 운영해 온 박순희 씨(57)는 “평창동계올림픽 전부터 이곳에서 음식점을 했습니다. 역으로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하지만 영업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어요. 10월 단풍철이 돼야 손님이 늘어납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식당도 바빠지지만 평소에는 역 이용객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25일 주말임에도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이 없다.
ⓒ 인제신문


평창역은 평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평창읍 도심과 떨어져 있다. 봉평면 관광지와 휘닉스 평창 등으로 이동하려면 다시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진부역도 진부면 시가지와 비교적 가깝지만 오대산과 월정사, 대관령, 알펜시아, 모나용평 등 대표 관광지까지 추가 이동이 필요하다.

관광객의 소비는 자연스럽게 역 주변이 아닌 리조트와 관광지로 향한다. 모나용평과 알펜시아, 휘닉스 평창 등 대형 리조트는 숙박과 음식, 레포츠, 편의시설을 한곳에서 제공한다. 관광객의 체류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가 리조트 내부에 머물 경우 읍·면 시가지와 전통시장, 소규모 음식점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제한된다.
평창의 관광숙박 기반은 인제보다 월등하다. 2024년 말 관광진흥법에 따라 등록된 관광호텔과 휴양콘도는 23곳, 객실은 5,368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진부역과 연결되는 북부 관광권에 3,980실, 평창역과 연결되는 남부 관광권에 1,388실이 분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숙박시설이 많다는 것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관광객이 리조트에서 숙박과 식사, 체험을 모두 해결하면 체류 관광은 이뤄지지만 그 효과가 주민 소득으로 폭넓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KTX 개통만으로 역세권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역은 관광객을 데려왔지만 이들을 주변에 머물게 할 콘텐츠와 소비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평창 KTX의 ‘절반의 한계’다.

◆호텔에서 2박했지만 주변 관광은 포기
관광객들은 서울과 평창 사이의 이동시간이 줄고 운전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을 KTX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역에 도착한 뒤 관광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불편을 호소했다.

대전에 사는 50대 관광객 B씨는 친구와 함께 KTX를 타고 서울을 경유해 진부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켄싱턴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 호텔에서 2박을 보냈다.
B 씨는 “강원도를 좋아해 자주 찾지만 오대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휴식을 위한 여행이어서 호텔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던 점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텔 밖 여행은 포기했다.
그는 “다른 관광지도 가보려고 택시를 부르려 했지만 도시에서처럼 앱으로 호출할 수 없어 불편했다”며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도 마땅하지 않아 결국 주변 여행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여자친구와 진부역을 찾은 20대 C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C씨는 “평창시티투어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여행 기간에는 운영하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며 “여행지와 먹거리를 찾아다녔는데 역에서 바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훨씬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의 관광지는 오대산과 대관령, 봉평, 평창읍 등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다. 대중교통의 운행 횟수와 노선이 충분하지 않아 관광객이 원하는 시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기 어렵다.

리조트 셔틀은 해당 시설 이용객에게는 편리하지만 전통시장과 음식점, 개별 관광지를 자유롭게 찾으려는 관광객에게는 한계가 있다. 택시는 비용 부담이 있고 렌터카를 이용하면 KTX를 타고 운전 부담을 덜겠다는 철도여행의 장점이 약해진다.

평창역에서 만난 50대 관광객 D 씨는 서울에 살지만 고향이 평창이다. 중복을 맞아 가족과 식사하고 1박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그는 “KTX가 생겨 평창을 자주 찾게 됐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해 역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KTX에서 내린 뒤 다시 승용차에 의존해야 한다면 철도가 완전한 관광 이동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철도 접근성을 실제 관광 편의로 연결하려면 역에서 관광지까지의 ‘2차 교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티투어·관광택시 운영
평창군은 평창역과 진부역에 도착한 관광객을 관광지로 연결하기 위해 평창시티투어와 평창관광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시티투어는 계절과 축제에 맞춰 관광지를 묶어 운행한다. 2026년에는 광천선굴·평창에코랜드·평창치유의숲을 잇는 힐링투어를 비롯해 평창전통시장을 포함한 메밀로드 마켓투어,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문화제를 연결한 메밀꽃투어, 발왕산과 오대산을 찾는 단풍투어 등이 마련됐다.

시티투어 이용객은 2024년 3,444명에서 2025년 4,111명으로 19.4% 증가했다. 2025년 이용객 가운데 기차 연계상품 이용객은 1,230명으로 전체의 29.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4년 평창역과 진부역의 전체 승하차 인원이 67만4,524명인 점과 비교하면 시티투어가 흡수하는 철도 이용객은 제한적이다.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운행하기 때문에 B씨처럼 여행 일정과 시티투어 운행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평창관광택시는 2~4명의 관광객을 태워 원하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맞춤형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이용객은 2024년 1,772명에서 2025년 1,534명으로 13.4% 줄었다. 같은 기간 이용 건수도 653건에서 543건으로 16.8% 감소했다.

시티투어 이용객은 늘었지만 관광택시는 줄었다. 감소 원인이 명확하게 분석된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사전예약의 불편 등이 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평창의 사례는 시티투어와 관광택시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2차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열차 도착시간과의 연계, 운행일, 이용요금, 예약 편의성, 관광지·식사·숙박을 결합한 상품 구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관광객과 함께 지역 소비도 빠져나갔다
KTX는 외지 관광객만 평창으로 데려온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의 서울과 강릉 이동도 크게 편리해졌다. 이 변화는 지역 소비의 유출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낳았다.

지역주민들은 “평창역과 진부역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강릉으로 회식을 가기도 하고 쇼핑을 위해 서울을 찾기도 한다”며 “강릉까지 15분 안팎, 서울까지 1시간대에 갈 수 있어 주민들의 생활권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도 많이 다녀가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며 “군에서 시티투어와 축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관광객이 여러 지역을 돌며 돈을 쓸 수 있도록 소비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도는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수도권 관광객을 지역으로 데려오지만 지역주민의 소비를 대도시로 내보내기도 한다. 철도 이용객 증가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KTX 관광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승하차 인원과 관광객 수에서 체류시간과 숙박률, 1인당 소비액, 지역 업체 이용률로 바뀌어야 한다. 철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왔느냐보다 이들이 지역에서 어디에 머물고 얼마를 소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주말이면 주차장 만차…노상은 불법주차
두 역에서는 부족한 주차시설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진부역을 자주 이용하는 한 주민은 주중에는 지역에 머물고 주말에는 주로 서울을 오간다. 그는 “주말이면 유료주차장이 가득 차 어쩔 수 없이 도로에 차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역 주변 불법주차를 줄이려면 주차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역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도 “평창역이 시내권과 떨어져 있어 역에 오려면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며 “진입도로 양쪽에 불법주차 차량이 많은 만큼 주차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과 시가지 사이의 대중교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을 위한 2차 교통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역 접근 교통과 주차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통역과 백담역, 역할 나누고 하나로 연결해야
평창역과 진부역은 대표 관광지나 중심 시가지와 거리가 있어 관광객이 역에서 내린 뒤 다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인제군이 계획하는 원통역과 백담역은 평창과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원통역은 북면 원통리 도심과 가깝다. 역 이용객을 원통전통시장과 음식점, 군부대 면회 수요, 지역 숙박시설로 연결하면 소비를 도심 상권으로 유도할 수 있다.

백담역은 설악산국립공원과 백담사, 한계산성, 용대리 황태마을, 만해마을 등 북부권 관광자원의 관문이다. 기존 설악산 관광 수요에 한계산성과 산림휴양·치유 콘텐츠를 더하면 자연과 역사, 문화가 결합된 체류형 관광권을 만들 수 있다.

두 역은 따로 개발하기보다 역할을 나눠 연결해야 한다. 원통역은 도심·먹거리·상권 관광의 거점으로, 백담역은 설악산·백담사·한계산성·산림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원통역에서 내려 시장과 시가지를 둘러보고 백담역권의 설악산과 백담사, 한계산성으로 이동한 뒤 산림휴양시설에서 숙박하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백담역에서 산악관광을 마친 관광객을 원통 시가지로 유도해 식사와 쇼핑, 야간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를 인제읍과 내린천, 자작나무숲, 곰배령, 인제스피디움으로 확장하면 두 역은 인제군 전역을 잇는 관광 벨트의 출발점이 된다.

◆역세권보다 먼저 ‘관광객의 하루’를 설계해야
평창 사례가 인제군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역을 건설하는 것과 역세권을 활성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철도 이용객이 많아도 머물 이유가 없으면 관광객은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원통역과 백담역 개발은 건물과 도로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도착한 뒤 보낼 하루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이 어디에서 식사하고 어떤 관광지를 방문하며 무엇을 체험한 뒤 어느 숙박시설에서 밤을 보낼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우선 열차시간에 맞춘 2차 교통체계가 필요하다. 시티투어와 관광택시, 농어촌버스, 숙박시설 셔틀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 관광객이 역에서 교통편을 찾지 못하면 평창에서 만난 A씨처럼 숙소에만 머물거나 주변 관광을 포기할 수 있다.

시티투어는 계절과 방문 목적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봄에는 자작나무숲과 산나물, 여름에는 내린천 래프팅과 계곡, 가을에는 설악산과 곰배령 단풍, 겨울에는 황태덕장. 또한 남면에 조성중인 연중 사계절 관광지를 묶을 수 있다. 한계산성과 백담사, 만해마을을 잇는 역사문화 코스도 가능하다.

숙박과 야간 콘텐츠도 확충해야 한다. 인제는 야영장과 펜션은 많지만 가족과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당일 방문은 쉬워지는데 머물 곳과 밤에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면 관광객은 속초와 양양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백담역권에는 산림을 활용한 치유·휴양형 숙박시설을, 원통역권에는 도심형 숙박시설과 야간 먹거리·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 펜션과 민박, 야영장, 농촌체험마을을 공동예약과 셔틀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관광상품에는 원통시장과 용대리 황태음식점, 지역 카페와 로컬푸드 판매장을 포함해야 한다. 시티투어 일정에 식사와 자유 쇼핑시간을 넣고 할인쿠폰이나 지역상품권을 제공해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에 남도록 해야 한다.

KTX 승차권과 교통, 관광지 입장권, 체험, 식사, 숙박을 한꺼번에 예약할 수 있는 통합관광 플랫폼도 개통 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인제의 KTX 성공 조건
평창의 KTX는 성공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매년 수십만 명이 평창역과 진부역을 이용하고 서울과 평창이 1시간대로 가까워진 것은 분명한 성과다. 기존 관광자원과 대형 리조트에 철도 접근성이 더해지면서 평창은 수도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철도 이용객 증가가 역세권과 지역 상권 활성화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역과 관광지 사이의 2차 교통은 여전히 불편했고 관광객의 소비는 대형 리조트와 일부 관광지에 집중됐다. 주민들은 주차난을 호소했고 상인들은 역 이용객 증가를 매출로 체감하지 못했다.

평창의 경험은 철도역이 관광객을 데려오는 입구일 뿐 관광의 목적지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관광객을 머물게 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역에서 이어지는 교통과 관광, 음식, 숙박, 지역 상권이다.

인제군은 평창보다 늦게 철도를 맞지만 그만큼 시행착오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원통역은 도심관광과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백담역은 설악산과 백담사, 한계산성, 산림휴양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두 역을 하나의 관광 벨트로 연결해 방문객을 인제군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도 필요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철도만 기다린다면 관광객은 인제를 스쳐 속초와 동해안으로 떠날 수 있다. 반대로 관광과 교통, 숙박, 상권을 촘촘하게 연결한다면 철도는 인제의 통과형 관광구조를 체류형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음 4편에서는 인제군 면적의 89%를 차지하는 산림을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한국산림복지진흥원 국립산림치유원을 찾아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숙박시설 운영 사례를 살펴보고, 인제의 숲을 관광객의 휴식과 체류, 지역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짚어본다.
성낙규 기자
↑↑ 평창군 방문자수 추이(자료=한국관광공사데이터랩)
ⓒ 인제신문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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