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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

인제신문 기자 입력 2026.08.19 09:40 수정 2026.08.19 09:40

공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책임이다. 특히 인제군정의 주요 정책과 행정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고위공직자에게 책임의 의미는 더욱 무겁다. 직위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권한을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군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인간의 책임 문제를 개인의 내면적 양심과 사회적 관계의 문제로 폭넓게 바라봤다. 특히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발생한 일에 대해 성찰하고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논의는 오늘날 공직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직자의 책임은 단순히 법을 위반했느냐, 규정에 어긋났느냐의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행정적·도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군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행정의 결과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하고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막스 베버가 정치와 공직의 영역에서 강조한 ‘책임윤리’ 역시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베버는 신념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냉정하게 고려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았다.

행정은 선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좋은 뜻에서 시작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군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안겼다면 그 결과를 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것이 군민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출발점이다.

인제군청의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이러한 책임윤리는 결코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을 결정하며 인허가와 조직 운영에 관여하는 모든 행정행위에는 군민의 세금과 삶이 연결돼 있다. 한 번의 행정적 판단이 지역경제와 주민생활, 나아가 인제군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의 직무 책임은 ‘내가 결정했는가’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이 직접 결정하지 않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부서와 조직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면 그 과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거나 실무자의 판단으로만 돌리는 조직은 건강한 공직사회라 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제군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군민과 언론, 군의회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그 비판은 사실과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반대로 행정 역시 비판을 단순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군민에게 설명하고 검증받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민선9기 인제군정이 출범하면서 인제군은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들이 어떤 책임의식을 갖느냐이다.

군수와 고위공직자는 군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그 권한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한이다. 따라서 권한을 행사할 때는 언제나 ‘무엇을 할 것인가’와 함께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야스퍼스의 책임에 대한 성찰과 베버의 책임윤리가 오늘날 인제군 행정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직은 권한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이며, 높은 직위일수록 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제군민이 바라는 것은 완벽한 행정이 아니다. 모든 정책이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고 행정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이 발생했을 때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고 원인을 밝히며 개선하는 자세다. 그리고 정책의 결과가 기대와 달랐을 때 그 결과를 군민 앞에 설명하고 책임지는 공직사회의 모습이다.

인제군청의 고위공직자들이 권한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하고, 성과보다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하며, 자신의 결정이 군민에게 미칠 결과를 한 번 더 고민하는 공직문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결국 지방자치의 수준은 거창한 구호보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인제군정이 군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결정에는 설명이 뒤따르며, 결과에는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군민에게 위임받은 공직의 기본이며, 인제군 행정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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