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 최고의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해외 현장 취재를 통해 국내외 철도 관광도시의 성공 사례와 비교 분석을 통해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성낙규 기자
142㏊에 숙박·명상·수치유·산림테라피 집약
연간 10만명 이상 방문…숲을 ‘체류상품’으로
2029년 KTX 맞는 인제, 풍부한 산림 어떻게
◆철도가 데려온 사람, 숲으로 머물게 하다
철도가 관광객을 데려온다면 그들을 무엇으로 머물게 할 것인가. 2029년 KTX 시대를 앞둔 인제군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경북 영주시 봉현면 국립산림치유원을 찾았다.
2016년 문을 연 국립산림치유원은 숲을 단순히 걷고 쉬는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트레킹과 명상·운동에 전문 치유장비와 수(水)치유 등을 결합하고 숙박까지 갖춰 ‘숲에서 쉬는 관광’을 ‘숲에서 경험하고 머무는 관광’으로 확장했다.
시설지구만 축구장 약 200개에 해당하는 142㏊에 달한다. 숙박시설과 건강증진센터, 수치유센터, 수련센터, 산림치유문화센터, 치유숲길과 데크로드 등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숙박시설은 모두 108개 객실로 하루 최대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배후 산림까지 합하면 활용면적은 축구장 4천개에 달하는 2,888㏊에 달한다. 이용객은 2023년 약 10만명에서 2024년 13만명, 지난해에도 11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 접근성도 강점이다. 철도를 이용해 풍기역까지 이동한 뒤 차량으로 10~15분가량이면 치유원에 도착한다.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철도를 이용해 찾아오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제 역시 2029년 원통역과 백담역이 개통하면 수도권과의 시간적 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인제의 숲도 ‘보는 자원’을 넘어 관광객이 찾아와 체험하고 머물며 소비하는 자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 국립산림치유원에서 그 가능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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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국립산림치유원 입구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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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산림치유원 주치마을 전경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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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치유’를 입혔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숲의 규모보다 숲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운영본부 고객지원팀 장수희 주임의 안내를 받아 시설을 둘러봤다. 건강증진센터에서는 건강측정과 상담,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치유장비를 이용해 근육 이완과 신체 긴장 완화를 돕는다. 수치유센터에서는 물의 수압과 수류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숲길 자체도 프로그램 공간이다. 걷기를 통해 숲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부터 해먹을 활용한 휴식과 명상, 호흡, 맨발걷기 등이 운영된다. 실내에서는 밸런스테라피와 통나무명상, 탄력밴드 운동, 편백나무를 활용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산림치유문화센터에서는 다도와 싱잉볼 명상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산림치유라는 시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한 것이 경쟁력이다. 관계자는 다른 산림복지시설이 레포츠 등으로 특화돼 있다면 이곳은 산림치유지도사 등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치유 분야를 특화했고, 초기 고령층 중심에서 가족과 젊은층으로 이용객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정승호 주임은 이용객 현황과 프로그램 운영 실적 등을 설명하며 치유원을 찾는 고객의 목적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지나가다 들르는 관광지가 아니라 치유와 휴식을 목적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하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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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희 주임이 건장증진센터의 치유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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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치유센터에서 수(水)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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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하고 자고 먹는다…숲을 ‘체류상품’으로
국립산림치유원의 또 다른 경쟁력은 체험을 숙박으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이용객은 숲길을 걷거나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주치마을(숙박시설) 등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다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청소년과 기업·기관 등 단체 이용객을 위한 시설도 갖췄다.
당일형부터 1박2일, 장기체류형까지 이용자의 일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당일 프로그램은 숲트레킹과 숲해먹명상 등이 2시간 기준 1만 원 수준이며, 건강증진센터 치유장비 체험 1만 원, 수치유센터 이용 2만 원 등 비교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숙박은 객실 규모와 주중·주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2인실의 경우 주중 4만 원대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식사와 프로그램을 결합할 수 있다. 6박7일 동안 숙박과 식사, 20시간가량의 프로그램을 묶은 장기체류 상품도 운영한다.
결국 이곳의 경쟁력은 숲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숲길과 명상, 운동, 물, 치유장비를 각각 상품으로 만들고 다시 숙박과 식사를 결합했다. 잠시 숲을 보고 돌아가는 관광객을 하루 이상 머무는 체류객으로 바꾼 것이다.
정 주임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숲여행’을 운영하고, 저녁에는 참가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진행하는 ‘숲속 별빛 라디오’ 같은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청년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자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7~4.8점 수준으로 나타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의 경쟁력은 ‘좋은 숲’을 바탕으로 ‘숲에서 할 일’을 만들어낸 데 있다. 숲을 잠시 둘러보고 돌아가는 곳에서 체험하고 먹고 잠을 자며 며칠간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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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속에서 해먹을 활용한 숲해먹명상이 진행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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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밸런스테라피를 체험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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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가족으로 확대
국립산림치유원이 이용객층을 넓힌 데는 홍보 방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치유원 이용객은 2024년 약 13만명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고, 당시 여행·체험 콘텐츠를 다루는 유명 유튜버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정승호 주임에 따르면 당시 100만명 안팎의 구독자를 가진 ‘회사원A’를 비롯해 여행 유튜버들이 치유원을 직접 찾아 체험한 뒤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치유원의 초청을 받아 제작한 광고가 아니라 직접 비용을 내고 방문했으며 이후 영상을 보고 실제 치유원을 찾는 방문객도 나타났다.
치유원 측이 주목한 것은 구독자의 성격이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광고하는 것보다 여행과 휴식, 건강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 체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40대 여성이 많이 보는 콘텐츠에 아쿠아스파 등 치유 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친구나 가족 단위 방문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생활로 지친 청년들을 대상으로 ‘숲여행’을 운영하고, 야간에는 참가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진행하는 ‘숲속 별빛 라디오’ 등 새로운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참가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7~4.8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산림치유를 노년층의 건강 프로그램에 머물게 하지 않고 청년과 가족까지 고객층을 넓힌 것이다. 좋은 시설을 만드는 것만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가가 관광객 유치의 중요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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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산림치유원 방문자안내센터 전경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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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희 주임이 마실치유숲길을 설명하고 있다. |
| ⓒ 인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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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방문객, 지역으로 확산
국립산림치유원의 다음 과제는 연간 10만명이 넘는 방문객의 소비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영주시는 국립산림치유원과 협업해 지역 관광·음식·체험업체 등이 참여하는 ‘치유관광협력단’을 운영하고 있다. 치유원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방문객을 영주시내와 주변 관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실제 치유원은 지역 사업자를 선정해 치유원 프로그램과 영주시내 체험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는 캠프형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가자가 치유원에서 산림치유를 체험한 뒤 영주시내로 이동해 지역업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상품을 구매해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가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다. 치유원 안에서 숙박과 식사, 프로그램 이용이 모두 가능하고 영주시 중심지역과도 떨어져 있어 방문객이 많아진다고 해서 그 소비가 자동으로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치유관광협력단은 참여 업체와 관광지를 소개하는 홍보책자를 만들고 할인쿠폰 등을 활용해 방문객의 발길을 지역으로 유도하고 있다. 목표는 치유원을 찾은 10만명을 단순한 ‘시설 이용객’이 아니라 영주에서 먹고, 체험하고, 소비하는 ‘지역 관광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인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대형 관광시설 하나가 성공하는 것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관광객이 시설 밖으로 나가도록 음식·숙박·체험·상권을 처음부터 하나의 동선으로 설계해야 지역에 돈이 남는다.
◆인제의 숲, 이제는 ‘규모와 콘텐츠’를 고민할 때
국립산림치유원 사례에서 인제가 주목해야 할 것은 142㏊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과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갖춘 체류형 관광기반이다.
인제군 역시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일정 규모 이상의 거점시설을 갖추고, 나아가 사람들이 숲을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찾아온 사람을 머물게 한 뒤 그 체류와 소비를 지역경제로 연결하는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제는 대부분의 면적이 산림이다. 여기에 내린천과 계곡, 소양호 등 수변자원까지 갖췄다. 2029년 원통역과 백담역이 문을 열면 수도권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경쟁력도 더해진다.
철도역에서 차량으로 10~20분 안팎에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숙박과 산림치유, 체험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산림관광 거점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시설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원통과 인제읍, 백담권 등 기존 상권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까지 입지 단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제의 숲과 계곡·호수에 트레킹과 명상, 요가, 수치유, 산림테라피 등을 접목하고 숙박을 결합한다면 인제만의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좋은 숲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관광객은 머물지 않는다. 그 숲에서 무엇을 하고,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잠을 자며,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까지 만들어야 한다.
KTX를 타고 온 관광객이 특정 관광시설만 이용하고 다시 돌아간다면 철도 개통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철도가 사람을 데려온다면 숲은 그들을 머물게 해야 하고, 지역의 숙박과 음식·체험은 그 체류를 소비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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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치유원이 보여준 성공전략은 결국 ‘규모 있는 거점시설, 명확한 콘텐츠, 숙박을 통한 체류, 지역과의 연결’이었다.
인제신문은 국내 사례에 이어 해외에서 그 해법을 찾아본다. 제5편에서는 독일 슈바르츠발트(블랙포레스트)를 찾아 철도와 광대한 숲, 마을과 관광산업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현장을 취재한다. 이어 제6편에서는 스위스 체르마트를 찾아 자동차 진입을 제한한 산악관광도시에서 철도가 관광객의 체류와 지역경제를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영주의 숲에서 독일 블랙포레스트와 스위스 알프스까지. 철도와 자연자원을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로 바꾼 국내외 사례를 통해 2029년 KTX 시대 인제가 준비해야 할 관광의 방향을 찾아간다.
성낙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